Lady Bird


소녀들을 위한 보이후드를 만들고 싶었다던 그레타 거윅의 첫 감독 데뷔작 '레이디 버드'는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17세 사춘기 소녀의 성장 담을 그린다. 부모님이 지어준 '크리스틴'이라는 이름 대신 스스로를 '레이디버드'라고 칭하는 크리스틴은 자신 주변의 모든 것이 지겹다. 그녀는 지루한 고향 동네 새크라멘토에서 벗어나기를 늘 소망한다. 맨날 다투기 일쑤인 엄마에게서도, 낡고 좁은 집과 가정의 빠듯한 경제상황에서도 벗어나고 싶다. 그녀는 특별한 삶을 살기를 꿈꾼다.


영화는 한 가지의 뚜렷한 큰 사건 전개보다는 소녀의 일상을 따라가며 모녀관계와 그녀의 성장을 다룬다. 크리스틴의 이야기는 그 나이 대의 소녀들이 흔히 겪을법한 소소한 고민거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때때로는 자신의 가난한 가정환경을 숨기고 싶어 하기도 하고, 반해버린 남자아이 때문에 학교의 잘나가는 여자아이와 친해지고 싶어 하기도 한다. 


성장영화로서는 흔한 소재이고 그리 특이한 영화는 아니지만 레이디 버드는 마음을 건드리는 진심의 힘이 있다. 크리스틴과 그녀의 어머니는 어느 날은 달리는 차 안에서 뛰쳐나갈 정도로 다투면서도 어떠한 순간에는 한순간에 화색이 돌며 의기투합하기도 한다. 그러한 장면들을 보면 새크라멘토에 사는 17세 소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습을 투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토록 현실적이고도 섬세하게 사춘기 딸과 엄마의 관계를 비추는 영화가 또 있을까? 주로 '소년'의 이야기만을 다뤄온 성장 영화 장르에서 '소녀'와 그녀의 '어머니'만을 오롯이 다루는 이 영화가 주는 깊은 공감과 뭉클함은 자연스레 눈물이 쏟아지게 만든다. 형식과 전개의 면에서는 조금 아쉬울 수 있으나, 레이디 버드가 지닌 따스함은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시간이 지나고 넓은 세상에서 깨닫는 고마움과 미안함은 그녀를 한 발짝 성장하게 만든다. 크리스틴은 깨닫는다. 싫어하고 미워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엇보다 더 사랑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을.


★★★★

18. 3. 24.

씨네큐브 광화문 기획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