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내다간
서른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그럼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 게 없지.
그런데 아프기 싫어서
그 모든 감정을 버리겠다고?
너무 큰 낭비지.
나도 기회는 있었지만
너희와 같은 감정은 못 가져봤어.
늘 뭔가가...
뒤에서 붙잡았지.
앞을 막아서기도 하고.
어떻게 살든 네 소관이지만
이것만 명심하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단 한번 주어진단다.
그런데...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닳아 해지고
몸도 그렇게 되지.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시점이 오고
다가오는 이들이 훨씬 적어진단다.
지금의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
책보다 영화가 더 좋은 장면.
각색한 대사도 번역도 참 좋다.
원작에서는 이것.
"‥‥‥(중략)‥‥‥ 네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 못 이루게 하는 자기 안으로의 침잠은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할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 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나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해 보려고 할 수도 없었다. 놀라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말이 경솔했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한마디만 더 하자. 분위기가 좀 나아질 거다. 가깝기는 했는지 몰라도 난 네가 가진 것을 가지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 나를 저지하거나 길을 막아섰지. 네가 네 삶을 어떤 식으로 사는지는 네 마음이다. 하지만 기억해. 우리의 가슴과 육체는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지. 하나는 실물 모형의 삶, 또 하나는 완성된 형태. 하지만 그 사이에 온갖 유형이 존재하지. 육체의 경우에는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고 가까이 오려고는 더더욱 하지 않는 때가 온다. 그러면 슬픔뿐이지. 나는 고통이 부럽지 않아. 네 고통이 부러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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