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포스터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정보를 접하지 않고 보러 가는 편이라, 영화의 초반부로 들어서며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세 개의 광고판, 그에 담긴 세 개의 문구를 보면서 생각했다. , 딸을 끔찍하게 잃은 안타까운 사건 이후로 남겨진 유가족(특히어머니’), 그들을 외면하는 사회,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이야기겠군.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담은 상당수의 영화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가는 감정에 대해 떠올렸다. 억울함, 무력함, 무거운 슬픔


물론 그러한 정서를 기저에 깔고 가기는 하지만  영화는 조금 다르다전형성은 개나 줘 버리라는 듯, 영화는 조금씩 변주하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캐릭터들과 스토리, 그리고 냉소적인 유머가 함께 비틀어지면서 지독한 블랙코미디를 만들어낸다. (중대한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사 빠진 유머에는 도저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미국 사회 곳곳에 만연한 문제점을 통렬하게 꼬집는 문제의식은 절대 가볍지 않다.


선악의 이분법으로 단순화될 수 없는 복합적인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맹렬한 연기, 정교하게 짜인 각본과 함께 입체적으로 날뛴다. 분노하면서도 투쟁하는 강인한 어머니 밀드레드 역을 맡은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인종차별과 폭력을 일삼는 부패 경찰 같은 모습의 제이슨 딕슨 역을 맡은 샘 록웰의 연기는 단연 인상적이다. 그들의 연기는 각각의 캐릭터에게 개성적 힘을 더욱 크게 부여한다. 그들이 여러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고, 남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분노와 증오라는 뜨거운 감정으로 시작된 이 복수극(언뜻 보면)은 많은 아이러니와 다양한 감정의 교차 끝에 후회와 연민, 용서와 사랑의 감정까지 담아내며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 영화는 말한다. 분노는 더 큰 분노를 낳을 뿐이라고.


★★★★☆

18. 3. 1. CGV 아카데미 프리미어 기획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