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Me By Your Name
["parce que c'etait lui, parce que c'etait moi (그가 단지 그이기 때문에, 내가 단지 나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덧붙였다. 몽테뉴가 에티엔 드라 보에티와의 우정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나는 에밀리 브론테의 말을 떠올렸다. '그가 나보다 더 나와 닮았기 때문에.']
영화를 바탕으로 하는 안드레 애치먼 원작 소설은 특유의 만연체로 전개된다. 호흡이 길어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을지 몰라도, 그의 문장은 둘의 관계 사이사이에 닿아 흘러가는 감정의 파도처럼 섬세하고 생생하다. 또한 그의 문체는 이렇다할 큰 사건 없이 목가적으로 흘러가는 소설의 나른하면서도 서정적인, 때때로는 에로틱한 감정을 더욱 극대화 시킨다. 이 소설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제작한다고 들었을때, 누구보다도 적합한 감독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이엠러브, 비거 스플래쉬 같은 그의 전작들을 생각해볼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감독의 '욕망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특유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섬세한 연출, 그리고 인간적이고 순수한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그의 화법은 이 책의 전체적인 정서와 궤를 함께 한다.
영화는 원작의 결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각색해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불어넣는다. 이탈리아 여름의 싱그러운 태양볕을 온 몸으로 머금은 풍경들 속에서 첫사랑의 서툰 욕망이 가슴 속에 절절히 스며든다. 원작에 비해 대사가 많이 사라진 대신 그 빈자리는 두 배우의 눈빛으로 대신하며, 작은 감각들이 만들어내는 설레임과 떨림 가운데 배경으로 흐르는 수프얀 스티븐스의 음악은 영화에 사랑의 마법을 부여한다. 엘리오 역의 티모시 샬라메는 떠나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을 사랑해버린 소년의 불확실함과 예민함, 욕망과 치기를 놀라울 정도로 완벽히 그려낸다. 엔딩씬에서의 그의 모습은 좌석에서 한참이나마 몸을 일으킬 수 없게 만드는 긴 여운을 만들어 낸다.
결국 이것은 로맨스 이전에 한 소년의 성장담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온 사랑의 열병을 온 몸으로 앓는 소년. 그 첫사랑의 마력은 그것이 언제라도 끝나버릴지 알지 못한다는 데 있지 않을까. 짧은 여름이 남긴 강렬한 상흔과 아린 감정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 소년의 눈물은 결코 덧없지 않다. 그렇게 그는 성숙해진다.
★★★★★
18. 3. 3. CGV 아카데미 프리미어 기획전
(티모시의 개인적인 팬으로서 사심이 조금 들어간 별점)
'm o v i 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좋아하는 대사 (0) | 2018.03.20 |
---|---|
최근 본 몇 편에 대한 별점 (0) | 2018.03.15 |
'아이, 토냐' 짧은 감상문 (0) | 2018.03.13 |
2018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예측과 결과 (0) | 2018.03.05 |
'쓰리 빌보드'에 대한 짧은 감상 (0) | 2018.03.02 |